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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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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15 남북공동선언의 현재적 의미와 과제
작성자

이관세(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일자 2020-06-11
문서번호 NO 92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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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2000년 6월 15일 남북한의 정상은 오랜 냉전과 적대, 그리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역사의 대전환을 이뤘다. 그리고 「6ㆍ15 남북공동선언」과 그에 따른 ‘평화’라는 시대정신의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와 남북관계를 보면 먹먹하기만 하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대응으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연락 채널을 폐기하며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첫 조치로 취한 남북 간 대화 단절이 현실화됨에 따라 추가조치로 언급되었던 ‘9.19 남북군사합의’ 역시 파기 위험에 놓였다.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열었던 새로운 시대 이후, 남북관계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동안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가졌던 의미들이 많은 부분 잊혀 지거나 퇴색되었다. 2020년 남북은 75년의 대결과 갈등의 역사를 끝내고 화해ㆍ평화ㆍ번영의 미래로 갈 것인가, 아니면 불신ㆍ반목의 과거로 되돌아갈 것인가의 전환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현재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냉철히 직시하고,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6ㆍ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남북관계 방향성 및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실천 과제들을 생각해 본다. 


「6ㆍ15 남북공동선언」의 현재적 의미와 과제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내포한 가장 큰 가치와 의미는 ‘평화’다. 20년 전 6월, 분단 이후 남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정치적인 신뢰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된 두 정상 간의 합의는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후 「10.4 선언」, 「4.27 판문점선언」,「6.12 북미 간 공동선언」, 「9.19 평양선언」으로 이어진 정상 간의 약속을 통한 평화정착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이 같은 노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통해 상당 부분 구체화 되었다. 남북 간 실질적 불가침선언이라는「9.19 군사합의」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남북 간에 이를 이행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즉,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재가동 될 수 있는 환경과 평화의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단절 및 악화에 따른 ‘평화’ 담론의 훼손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한반도 위기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환경 속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까지 후퇴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세운 기틀 위에 지속가능하고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 시작은 「9.19 남북군사합의」의 철저한 이행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해법인 ‘신한반도체제’ 형성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신한반도체제는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를 두 축으로 하여, 정치·군사 분야와 경제 분야가 상호작용·작동하는 체제이다. 남북 상호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의 토대에서 경제협력의 바퀴가 굴러갈 때, 대립과 갈등, 이념과 진영의 시대는 막이 내리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의 토대가 형성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견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현재 미중관계가 전략적 갈등상태에 접어들면서 경쟁ㆍ대립 구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남북 대립의 지속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중 두 강대국이 한반도 내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단초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한반도는 분쟁의 중심이 될 수 있으며 평화 정착의 여건 및 환경 조성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한반도체제’의 핵심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20년간 변화된 국제 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서 「6ㆍ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결합시켜야 할 때이다. 남과 북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율적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창의적 발상과 지속적인 관계개선 노력을 통해 평화체제 정착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한 청출어람(靑出於藍)

 남북관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한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될 것이다. 남북 당국자들은 20년 전을 기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남북관계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관계가 큰 방향을 잃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발전해 온 것은 「6ㆍ15 남북공동선언」라는 튼튼한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주었던 잠정적 가능성과 교류와 협력, 만남의 자산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북제재와 압박, 관계의 단절 등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은 연대와 협력이 유일한 길이다. 관계 진전이 정체되고 단절되는 것은 대립과 갈등의 골만 더욱 깊게 할 따름인 것이다. 

  6.15선언 20주년을 맞이하여 남북의 당국이 보다 유연하고 과감한 자세로 변화와 협력의 길에 나서길 희망한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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