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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IFES현안진단
제목 [평양정상회담 특집-3]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리셋
저자

이정철(숭실대 교수)

일자 2018-09-21
문서번호 NO 81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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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 울려 퍼진 ‘남측 대통령 문재인’의 일성이다.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 한반도 비핵화를 15만 평양 시민들과 합의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완전한 비핵화’를 본인의 입으로 확인해 주었다. 임수경 방북 아래 가장 큰 충격일 것이다. 불과 2년 전까지도 괴뢰로 여겨졌던 남측 대통령이 자신들의 최고 존엄과 나란히 서서 연설하는 그 장면이 북측 인민들에게 줄 충격은 또 어떨까?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북한 비핵화 선언은 없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그러나 1992년 합의된 비핵화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다. 그 또한 합의 직전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함으로 가능했었다. 한반도가 단순한 지리적 형용이 아니라 상호주의를 의미한다는 일례일 따름이다.
 물론 2005년의 9.19 6자 공동성명은 사실상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선언으로 해석되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어느 정도 진전시키는가에 따라 보상을 어떻게 제공하는가가 촘촘히 맞춰진 선언이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9.19 6자 공동성명은 선(先)비핵화 선언이라는 점에 굳이 의문점을 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동안 6차례의 핵실험이 있었고 북한의 핵 투발 능력은 일취월장했다. 물리적 대응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북한은 선비핵화론을 폐기하고, 돌연 선(先)평화협정 후(後)비핵화론을 들고 나왔다. 2015년 이래 격한 대립이 시작된 이유였다.
 2018년 우리는 가까스로 북한을 비핵화 – 평화체제 병행론으로 돌려세웠다. 한국 정부의 각고한 노력이 발휘된 결과였다. 평창 평화 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한미군사연습의 중단을 제안한 것이 계기점이었다.
 병행론! 그것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일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과 약속한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이 바로 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인 셈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이지 듣기도 어색한 ‘북한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핵화를 원하면 평화를 앞세워야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론이 견지하고 있는 기본의 기본이다. 비핵개방 3000과 같은 일방주의적 핵협상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북 우위론,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대북 안보 공식의 일방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남북 경제협력에서는 상호주의로 둔갑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선언은 남북 협력의 상호주의 원리를 안보 협력에서도 일관되게 상호주의로 밀고 가자는 데 그 진정성이 있다. 따라서 비핵화는 평화체제와 병행되어야 하고 평화체제의 구체화야말로 비핵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비핵화를 원하면 아낌없이 평화를 주자는 것이다.  

군비통제론의 방법론

 이제 한반도는 쌍잠정(雙暫停) 즉 상호 군사 훈련의 중단(suspension) 그리고 쌍궤병행(雙軌竝行) 곧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상보적 진행(dual track) 상황으로 진입했다. 비핵화가 평화체제의 틀에서, 그리고 그 시작이 상호 군사 훈련의 중단이라는 점에서 이 공식은 철저히 군비통제의 일반론에 따르고 있다. 한반도형 상호주의란 사실상 군비통제의 일반이론에서 시작된다는 뜻이고 그것은 전대미문의 길인 듯 하지만 사실은 이미 길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비근한 예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 냉전을 해체한 헬싱키형 군비 통제 체제일 것이다.

 4.27 선언 이후 북한은 두가지 불만을 제기해왔다.
 왜 아직도 자신들에게만 일방주의적 핵 신고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왜 자신들만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일방주의적 핵 신고는 리비아 모델의 본질이다. 북한이 스스로 패전국 모델이라고 간주해 온 리비아 모델을 선뜻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취한 행동 조치는 제도적인 것이고 설비 폐기의 문제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취한 것은 가역적인 군사연습의 중단일 따름이라고 항변한다.
 군비통제론의 관점에서 보면 리비아 모델은 일반론이기보다는 특수론인 것이 사실이고, 불가역성의 문제는 북한이 수용하지 못한 검증의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
 즉 북한의 핵 폐기장 폐쇄나 동창리 엔진 시험장 폐쇄 조치가 불가역적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역적이라는 데 동의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적절하다. 이 점에서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매우 중요한 진전을 보였다. 동창리 시설 폐기를 위해 전문가 참관단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수준이 참관일지 검증일지 사찰일지는 추후 협상에 달려 있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불가역적 조치가 가시적이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수용한 데 의의가 있다.  
 리비아식 신고는 종전선언의 동전의 양면이다. 그것이 일방주의적 조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성에 따라 평화체제가 주어져야 한다. 종전선언은 그 시발점이다. 종전선언이 시간벌기론이라느니 주한미군 철수론이라느니 등의 괴담이 떠돌고 있지만 그 본질은 정전체제의 보완재이자 평화체제의 제도적 초석이다. 종전선언은 애초에 평화협정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극복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그와 같은 취지는 유효하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며 체결을 반대하는 어이없는 주장도 있지만, 병행론에 따르면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앞당기고 그 때에 비로소 평화협정을 앞당기게 된다. 이런 비핵화와 평화체제 모두를 앞당긴다면 종전선언이야말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는 킹 핀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북한의 핵시설 신고를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한 이유이다.

불가침을 위한 평양공동선언

 평양정상회담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종전선언’이 종잇조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군사합의서를 낳았다. 단순한 종이 선언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체적 평화체제를 합의한 것이다. 아직도 비핵화를 향한 길은 멀지만, 이번 합의가 종전선언의 물리력을 담보함으로써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격발장치를 쏘아 올린 것은 분명하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는 새 시대의 철학을 충분히 담고 있는 평양 공동선언이 그동안의 긴장을 리셋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 점에서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나아가 새로운 북미관계를 가져올 축복의 장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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