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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IFES현안진단
제목 남북의 평화시대를 준비하며: <판문점 선언> 제1조가 의미하는 바는?
저자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일자 2018-05-04
문서번호 NO 76 [2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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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하여 「현안진단」을 연속 5차례 걸쳐 시리즈로 발행·배포합니다. 지난호의 “김정은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새 전략노선과 비핵화”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남북의 평화시대를 준비하며: <판문점 선언> 제1조가 의미하는 바는?”을 주제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인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및 비핵화를 다룰 예정입니다.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이 있었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번의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고, 최초의 ‘사건’이었다. 북의 최고 지도자가 남의 지역을 방문하기는 최초였고, 두 사람이 군사분계선 상에서 만나 손을 꼭 쥐고 그 선을 사이좋게 넘나든 것은 아무도 예상못한 파격이었다. 회담이 끝나고, 공동 발표를 한 것도 파격이자 최초였고, 남북 두 정상의 부부가 나란히 자리를 함께 한 것도 처음이었다. 더욱이 두 정상이 그 어떤 배석자 없이 오로지 단 둘만이 대화를 나눈 것은 파격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파격과 최초를 선보인 이번 정상회담은 또한 파격적인 선언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애초 정상회담은 크게 3가지 의제로 상정되었다. 비핵화, 한반도 평화,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이었다. 우리가 내건 정상회담 슬로건(평화, 새로운 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비핵화와 평화의 문제가 초점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김으로써 이에 호응하였다. 남북이 모두 비핵화와 평화에 매달렸지만, 정작 <판문점 선언>은 제1조에 남북관계 발전의 내용이, 그리고 제2조에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내용이, 그리고 제3조에 평화,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채워졌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리고 제1조의 남북관계 발전에 담겨진 많은 내용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크게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먼저, 이번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첨예한 갈등과 전쟁 직전의 대결로까지 발전했던 지난해까지의 사태 전개가 극적으로 뒤집히면서 가능했다. 이전까지 남북관계는 비핵화에 완전히 종속된 채로 논의되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를 성패의 척도로 놓고 평가하였다. 특히, 앞으로 예정된 북미회담의 사전 준비 혹은 디딤돌과 같은 것으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시각들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북’의 정상회담을 비핵화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의 정상회담은 우선적으로 다른 무엇보다 ‘남북’의 문제를 다루는 회담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고도 지속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극히 자연스럽다.

  둘째, 이번의 정상회담까지의 극적인 변화 그리고 향후 북미회담까지의 진행은 북의 국가전략의 방향 전환이 결정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의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평창올림픽에서의 특사 방남과 우리 특사단의 방북 등을 통해 남북이 힘을 합쳐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면’을 전환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국면’ 전환을 통해서 북미회담까지 진전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곧 남북관계의 발전 혹은 남북의 굳건한 협력이 비핵화와 평화에 대해서도 문제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판문점 선언>에서 천명한 ‘완전한’ 비핵화의 남은 과제가 북미회담에서 마무리 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역시 남북관계의 굳은 발전이라고 하겠다. 남북관계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못한 비핵화와 평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1조는 바로 이러한 남북관계의 힘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은 그 서문에서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만들어가야 할 남북관계의 협력이 제1조에 명시되었다. 민족자주의 원칙과 기존 합의와 선언들에 대한 이행을 다짐하였다. 이번의 회담에서 양 정상이 유독 강조한 키워드가 ‘이행’과 그 이행의 ‘속도’였음을 감안하면, 제1조에 명시된 기존 합의 이행을 통한 전환적 국면의 개막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한 커다란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하겠다.

  제1조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당국간 제도적인 채널의 구축, 다방면의 교류·협력과 그 방향, 인도주의 문제의 해결, 그리고 남북의 경제협력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당국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가 제도화되는 것이다.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합의는 그 해결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미 합의한 정상간 핫라인,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사 채널 등에 더해 상설적인 대화 채널로 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됨으로써 대화의 제도화를 명시했다는 점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제1조의 각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전반적인 교류 협력의 전면화로의 발전을 내포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의 하나로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명시하면서 그 대상으로 아예 국회와 정당, 지방자치단체까지 언급한 것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등의 영역별 교류 전면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명시적인 언급은 지난날 남북의 정치가 남북관계에 발목을 잡았던 교훈이 반영되어, 정치적인 교류에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겠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에 특히, 지방자치단체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남북의 교류협력 제도화라는 과제를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의 문제는 지난 시기 소위 ‘탈북 여종업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상봉은 없다고 했던 북이 기존의 입장에서 대폭 양보한 결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1조의 마지막 항은 남북 경제협력의 원칙과 방향을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경제지도구상’과 일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북의 경제협력은 우리 내부적으로는 ‘5.24 조치’,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에서 제재의 해제를 염두에 둔 합의라 할 수 있다.

  제1조의 합의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여러 가지 교류-협력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의 방향, 그리고 이행의 ‘속도’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연락사무소’의 설치를 통한 제도화 방향을 제시했다면, 시급한 문제부터의 이행을 통해 교류협력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어떤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제기하고 교류와 협력을 진전시킬 것인가는 ‘선언’을 통해 구체화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열리게 될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며, 또 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교류와 협력이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제1조의 핵심은 어떤 교류와 협력을 할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에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1조의 내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비핵화와 평화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류와 협력의 방향이라 할 것이다. 덧붙인다면, 비핵화와 평화의 시대를 되돌릴 수 없게끔 만드는 교류와 협력의 힘을 만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힘이 비핵화와 평화의 굳건한 토대이자 동시에 비핵화와 평화가 남북관계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큰 방향이자 원칙이라 할 것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여러 번 강조했듯이, 비핵화와 평화의 시대를 선포하였고, 그 길로 남북이 함께 나아갈 것임을 내외에 천명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즉, 우리는 지금까지 비핵화와 평화에 이르는 길은 줄기차게 말해왔지만, 정작 비핵화와 평화가 이루어진 후의 남북의 사회와 관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못해왔다. 그런 점에서 제1조가 말하는 것은 비핵화-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면서도 동시에 그 이후의 교류와 협력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새겨놓은 ‘평화와 번영’의 키워드, 그리고 가을로 예정된 ‘평양 정상회담’에서 제1조는 어떤 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때는 ‘번영’을 키워드로 하는 또 다른 제1조가 나오지 않을까? 이번의 제1조는 그런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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