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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IFES현안진단
제목 김정은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새 전략노선과 비핵화
저자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일자 2018-05-03
문서번호 NO 75 [20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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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출발에 즈음하여”(4.29)부터 연속으로 5차례 걸쳐 「현안진단」을 시리즈로 발행·배포합니다. 이번에는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분석·평가·전망했으며, 이어서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인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및 비핵화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4월 27일 남북 정상 간에 합의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남북경협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추진 가능한 사업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모두 13개 항으로 이뤄진 합의조항 가운데 5개 조항에 직간접적으로 남북경협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경협사업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제1항 6조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내용이다. 여기서 언급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공동번영은 물론 경제통일을 앞당기는 데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 합의와 함께 우리와의 경제협력에 대한 적극적 의향을 표시한 것은 지난 4월 20일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선포한 새로운 경제건설 노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다. 북한은 5년 전인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혁명적인 전략적 노선’이라는 이른바 병진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핵개발 병진노선에서 핵무력 건설을 삭제하고 경제건설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평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함께 앞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논리에 따른다면 한반도의 평화보장이 경제건설 집중을 위한 핵심 조건이 되고, 이를 실현하려면 비핵화와 동시에 미국의 핵위협과 대북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전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이다. 북한은 정치·군사·사상적으로는 이미 강성국가이지만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어 경제부문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면 명실상부한 사회주의강성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전략은 본질에 있어 인민생활향상전략이다. 역설적이지만 그가 추구해온 핵보유국 지위 확보전략도 인민생활향상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경제건설을 통한 주민생활 향상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는 상당히 일관성 있게 추진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 출범 초기만 해도 경제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면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건설에 매진했다. 그 이후에도 나름대로 일관된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뜻을 내비친 사례들은 적지 않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2013년 신년사에서는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2013년 조선신보(1.2)는 “위성발사, 그 다음 단계의 목표는 이미 예고돼 있다”면서 “주민들이 생활속에서 실감할 수 있는 경제부흥 구상의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1월 29일 당세포비서대회에서는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에서 전환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되었다”고 강조했다. 2013년 2월 12일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위적 핵억제력에 의거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하려던 것이 우리 목표였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3월 10년 만에 열린 경공업대회는 특히 눈길을 끈다. 경공업부문은 인민생활과 직결된 산업이다. 그는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종료를 나흘 앞둔 같은 해 3월 18일, 일촉즉발의 첨예한 정세가 조성된 가운데서도 전국경공업대회를 개최했다. 김정은은 연설 서두에서 “조선(한)반도에서 새 전쟁을 막고 평화적인 환경에서 경제건설을 다그쳐 인민생활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전협정 무효화’, ‘1호 근무태세’, ‘전시상황 돌입’, ‘개성공단 폐쇄’ 등 연일 긴장 수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0년 만에 경공업대회를 열었던 것이다.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김정은은 전례 없는 높은 수위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이에 따른 고강도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고, 악조건 속에서도 일관성 있게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끈질긴 노력의 결과 오늘날 북한 시장에서 경공업 제품의 국산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같은 3월 경제-핵 병진노선을 내세울 때도 핵보유를 통해 무한한 군비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그 기술과 재원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복무하는 ‘경제건설’에 보다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북한식 개혁과 개방도 꾸준히 추진되었다. 대표적인 개혁조치가 2014년 시장경제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 적용범위를 확대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확립’(5·30노작)이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에서 기업과 협동농장의 잉여생산물 처분 권한이 커졌고, 근로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 격차도 확대됐다. 기업들은 시장을 통해 원료를 사들여 생산하고, 이를 다시 시장에 팔아 이윤을 확보한 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파격적인 개방조치도 내놓았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뒤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김정은 집권 아래 북한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개혁, 개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경제정책과 제도, 기존의 관행을 개혁, 혁신하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앞세워 각 분야에서 생산력과 효율성을 제고시켰다. 국방분야 과학기술이 민수분야로 이전되고 있는 현상도 목격되었다. 현재 국산제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정책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북한은 중국식 개혁을 자본주의로 보았고, 북한한테 자본주의는 손오공을 통제하는 ‘긴고주’(머리의 고리를 조이는 주문)와 같은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중국식과 유사한 개혁은 빠르게 진전되었다. 시장 개수와 이용객의 증가, 시장 규모의 확대 속도는 매우 빨랐고, 시장의 역할과 중요성 등은 갈수록 증대되었다.

  그러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대미, 대남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고, 경제건설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개선에 성과를 내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을 ‘대경사’로 맞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원회의에서 밝힌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목표는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기간에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퍼지게 하는 것이다. 중장기 목표는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북한 내 모든 공장기업소의 생산정상화와 이를 위한 경제의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 실현이 새로운 경제전략노선의 핵심 목표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 제3조 4항에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에 합의한 배경이 경제건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제건설 목표 달성을 위해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읽혀진다. 관련국 사이에 비핵화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과 함께 경제협력 로드맵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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