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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IFES현안진단
제목 문재인 정부와 남북관계 정상화: 주관적 의지와 객관적 현실
저자

김근식(경남대학교 교수)

일자 2017-05-19
문서번호 NO 60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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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관련하여 『현안진단』을 연속 4차례 시리즈로 발행•배포합니다. 이번에는 남북관계 복원·정상화, 다음으로 △ 사드와 한미/한중관계 △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 개성공단 재개 를 중심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초기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청와대 구성의 산뜻한 출발과 소통의 리더쉽은 국민들에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요구되는 적잖은 과제 중에서도 오랫동안 최악의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이 되었고 한반도는 긴장고조와 전쟁위기가 오히려 일상화되어 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상황이 비정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미 문재인 후보는 후보기간 내내 전임 정부의 안보정책을 ‘가짜안보’로 맹비판했다. 말로는 안보를 외쳤지만 한반도는 최악의 안보위기로 치달았고 남북관계는 단 하나의 연결고리마저 망실된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북대화는 중단되었고 개성공단은 폐쇄되었고 남북경협은 사라졌고 민간교류마저 끊겨 있다. 굳이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남북관계 정상화와 대화복원의 과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시급히 이루어야 할 적폐청산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정부의 의지와 객관적 조건이 선순환으로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의지 측면에서 보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미 공약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주장하고 남북의 경제공동체와 시장통합을 장기적인 구상으로 제시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공언한 상태다. 도움이 된다면 평양을 방문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적대와 대결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로 복원시키겠다는 의지는 대통령과 정책조언 그룹 공히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의지가 있어도 객관적 조건이 마땅치 않으면 의지를 추진할 동력마저 잃게 된다. 당장의 북핵현실과 북미갈등의 조건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는 추진하기 어렵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상대방인 김정은의 의지 또한 중요할 것인 바, 오히려 김정은의 입장은 일단 관망 자세와 함께 북미관계 상황에 연동해서 남북관계를 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장은 트럼프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주중 북한대사관은 문재인 정부에게 남북합의를 이행하라는 원론적 요구로 대신했다.

 이미 김정은 체제는 남북대화에 대해 기존의 적극적 필요에서 소극적 원론적 대응으로 선회했다. 이른바 ‘두개의 조선’(two Korea) 전략에 의해 분리공존을 원칙으로 하면서 자신에게 도움에 된다면 남북대화를 마다하지 않지만 과거처럼 대화와 교류 그 자체를 절대시하지 않는다. 북한도 북미관계가 우선관심이고 북미협상에 입구가 열린 이후에야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실제 남북관계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의 현실과 연관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주체적 의지가 실제 성과로 연결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작금의 객관적 조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북핵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대북 제재 국면은 여간해서 풀기 힘든 상황이다. 최대의 압박을 구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에 굴하지 않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김정은의 기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드배치를 비롯한 미중갈등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힘들게 하는 객관적 구조의 하나이다. 

 북핵문제라는 거대한 암초를 일정하게 넘어서지 않는 한 당장의 남북관계 정상화는 시작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지금껏 한국 정부의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북핵상황의 악화조건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을 추동해낼 수 없었다. 더욱이 지금의 북핵상황은 강 대 강이 맞부딪치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지속하고 있다. 북핵과 분리된 남북관계 진전은 그래서 지금의 객관적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북핵문제라는 당장의 장애물 앞에서는 첫발도 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 진전을 최우선의 조건으로 간주한 탓에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그랬고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역시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의 연계조건이었다. 북핵문제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자리매김되었던 셈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핵을 전제로 한 남북관계를 시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북핵과 완전 분리된 독자적 남북관계 역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북핵을 전제로 한 남북관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북핵과 분리된 남북관계도 아님을 인식하고 문재인 정부는 북핵과 선순환하는 남북관계 즉 북핵진전이 남북관계를 호전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이 다시 북핵상황에 기여하는 선순환의 과정에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될 것이다. 북핵현실을 도외시한 채, 한미간 공조를 뒤로 한 채 독자적으로 남북관계에 올인하는 것은 북핵문제와 한미관계와 국내여론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당장의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북핵문제가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적극 주도해서 객관적 현실로써 북핵상황의 일정한 진전을 이뤄내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이다. 이제 트럼프도 최대의 압박 이후 최대의 관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북미협상의 시도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협상의 진전으로 북핵문제에 일정한 입구가 열리면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를 적극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정상화 그 자체를 당장의 최우선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객관적 현실로써 북핵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고 이는 곧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신뢰회복을 전제로 한미중이 북핵문제에 일정한 돌파구가 마련되도록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임을 의미한다. 물론 북핵진전 이전이라도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의 대북 교류와 접촉 그리고 인도적 지원 등을 재개해서 남북관계의 마중물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말의 우려를 불식하고 사드로 훼손된 한중 협력관계를 복원함으로써 한미중 삼각공조의 힘으로 북핵협상의 국면이 열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실상 남북관계 정상화의 지름길이자 우선과제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권교체 이후 판에 박힌 듯이 대북특사를 거론하지 않는 모습은 그래서 다행이다. 야당 시절 주장했던 개성공단 재개와 5.24 조치해제를 지금 당장 강조하지 않는 것 역시 신중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의 현실은 주관적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의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를 가능케 하는 객관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실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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