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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S현안진단

IFES현안진단
제목 대선 이후: 소수파 대통령과 연합정치의 통치전략
저자

김정(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일자 2017-05-11
문서번호 NO 58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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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정책의제는 법안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고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법률의 모양새를 갖추어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본다. ‘권력을 공유하는 분리된 기관’을 핵심 원리로 삼은 1987년 헌법이 규정한 정치과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은, 그러므로, 자신의 정책 실현이 항상 국회의 승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통치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덧붙여 2012년 국회법은 여야합의가 없이는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 상정할 수 없으며, 의원 5분의 3 혹은 180명의 찬성이 없이는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없도록 개정되었다. 의원 5분의 2 혹은 120명을 장악한 소수파 정당 혹은 정당연합에게 소극적 의제통제권을 부여한 국회선진화법의 규정은 정책의제를 현실에 구현하려면 사실상 단순 다수 입법지지를 넘어 ‘초(超)다수’ 입법지지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일깨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제도분립과 권력공유를 명시한 헌법과 소수파의 입법 거부권을 보장하는 국회법은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이 직면할 가장 근본적인 제도적 제약성을 보여준다. 대통령 취임일 기준 집권당 더불어 민주당은 국회 120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반대당에 속하는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 당 40석, 바른 정당 20석, 정의당 6석, 새누리당 1석 및 무소속 6석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집권당은 국회법이 요청하는 5분의 3 초다수파의 지위는 물론 헌법이 요구하는 과반 다수파의 지위조차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집권당 단독으로 대통령의 정책의제를 법률로 전환시키는 입법과정을 주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대통령 문재인이 맞닥트린 분점정부의 상황은 결국 연합정치를 대선 이후 통치전략의 핵심과제로 부상시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만 보자면, 대통령 문재인이 선호할 연합정치의 대상은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그리고 바른 정당을 묶어 세워 5분의 3 최소승리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의당 또한 연합정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의 당 혹은 바른 정당 가운데 어느 한 교섭단체가 연합을 이탈하면 5분의 3 최소승리연합이 붕괴한다는 점에서 두 정당은 연합정치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점한다. 더불어 민주당-국민의 당-바른 정당 5분의 3 최소승리연합은, 하지만, 대통령 문재인에게 연합정치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쉽지 않은 전략적 딜레마를 안긴다. 핵심 지지세력의 정책선호와 연합 대상세력의 정책선호가 상충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20.7 퍼센트가 ‘부패비리 청산’을 투표 이유로 든 반면, 19.6 퍼센트가 ‘경제성장,’ 19.3 퍼센트가 ‘도덕청렴,’ 18.1 퍼센트가 ‘국민통합’을 각각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를 선택한 연유로 지목하였다. 그 가운데 문재인을 지지한 유권자의 29.9 퍼센트가 ‘부패비리 청산’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진 반면, 23.9 퍼센트가 ‘국민통합’을 투표 이유로 꼽았다. 다른 한편, 안철수를 지지한 유권자의 30.9 퍼센트가 ‘도덕청렴’을 투표 이유로 들었고, 27.3 퍼센트가 ‘경제성장’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졌다고 하였다. 문재인 지지자의 ‘부패비리 청산’과 관련한 정책선호는 전체 유권자의 그것보다 9 퍼센트 이상, 안철수 지지자의 그것(12.6 퍼센트)보다는 무려 17 퍼센트 이상 농도가 강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지지자의 ‘경제성장’과 관련한 정책선호(14.5 퍼센트)는 전체 유권자의 그것보다 5 퍼센트 이상, 안철수 지지자의 그것보다는 12 퍼센트 이상 농도가 약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부패비리 청산’을 대통령 정책의제 우선순위의 상위에 놓을 경우 안철수 지지 유권자로부터 반발을 예상할 수 있고, ‘경제성장’을 상위에 놓을 경우 문재인 지지 유권자로부터 반발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파 대통령이 연합정치의 전략적 딜레마를 풀어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연합정당 사이의 정책적 최소공통분모를 찾아서 입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다시 원용하면, 전체 유권자의 53.2 퍼센트가 ‘경제활성화/일자리’를 차기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할 국정 현안이라고 답하였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차기 대통령 정책의제 우선순위의 최상위에 ‘경제활성화/일자리’를 지목한 것은 문재인 지지 유권자(51.9 퍼센트), 안철수 지지 유권자(59.0 퍼센트), 그리고 홍준표 지지 유권자(50.4 퍼센트)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의 53.7 퍼센트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부문으로 ‘국회, 정당’을 꼽았다. 이 정책의제 또한 문재인 지지 유권자(45.5 퍼센트), 안철수 지지 유권자(61.0 퍼센트), 그리고 홍준표 지지 유권자(45.8 퍼센트) 사이에서 비교적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하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세력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의제보다는 그들의 이해관계가 수렴하는 정책적 최소공통분모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 문재인과 그가 통솔하는 행정부가 정책적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하겠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전례 없는 대통령 보궐선거의 결과라는 점에서 대통령 문재인의 취임은 국민들에게 높은 기대를 갖게 한다. 대통령 문재인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면, 하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매우 크다. 소수파 대통령이 분점정부 하에서 정책의제를 실현하려면, 유권자의 기대치를 낮추고, 연합정치의 동반세력과 정책적 최소공통분모에 합의하여, 정치실적을 쌓아가는 점진적 통치전략의 수립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문재인에게 던져진 중요한 역사적 과제가 있다면,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정치에서 그 선례가 없는 성공적인 연합정치의 틀을 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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