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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제 목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사금융과 돈주
분 류 북한연구
년 도 2016
저 자

임을출 저

발행일 2016.12.15
ISBN 978-89-460-5911-5

간행물 소개




<< 들어가며 >>

이 책의 원고를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이루어졌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북 제재결의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되었다. 이번 결의는 대량살상 무기(WMD)를 넘어 북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상당수 담고 있다.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북한의 수출과 김정은의 통치 자금에 상당한 타격을 줄 듯 하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에도 국제 사회가 부과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제재 아래에서도 북한 경제는 위축되기는 커녕 오히려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물론 제4차 핵실험 이후의 대북 제재는 범위와 강도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일각에서 점치고 있듯이 북한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일까.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양의 변화'를 말했다. 과연 이 변화의 내용과 본질은 무엇인가. 평양의 변화, 아니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의 변화는 단지 허상인가. 무엇이 이런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가. 이 같은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가. 이른바 '붉은 자본가'의 탄생도 가능한가. 대체 북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북한의 시장과 금융 현실은 어떻고, 돈주들은 과연 누구일까. 북한에서는 어떤 사적 기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당국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북한 경제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북한판 붉은 자본가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의 성장은 북한 체제의 미래에 독이 될까 득이 될까. 한국은 물론 국제 사회는 이와 같은 북한의 새로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여러 가지 궁금증에 답하고자 한다. 우리는 과거와 확 달라진 북한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국제 사회가 어떻게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북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안목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개선 조치들을 잇달아 시행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핵실험 제재 국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제 상황을 호전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평양의 변화상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이후 활기가 돌고 있는 북한 경제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풀이가 있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김정은 집권 이후 3년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작물과 공산품 생산도 증가세다. 태풍과 수해의 피해를 입지 않는 등 날씨 영향도 가세해 1990년대 중ㆍ후반 고난의 행군 이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괴롭혀왔던 '먹는 문제'만큼은 김정은 체제 들어 어느 정도 나아진 것 같다.

김정은 체제가 적극 도입한 제도들, 즉 농업에서의 포전담당제, 공장이나 기업소에서의 자율경영 체제가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경제가 활기를 띠는 데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실험적으로 도입한 '6.28방침'과 이를 확대한 '5.30조치' 같은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의 와병으로 속성 훈련 끝에 집권한 김정은은 취약한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민생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한정된 재원을 쏟아붓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정은은 생산현장 개혁조치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채택한 것 같다.

그렇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이런 경제 정책만을 북한 경제가 호전된 원인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내부의 신동력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동력은 무엇일까. 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이에 따른 사금융과 돈주의 성장을 우선순위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북한에는 풀뿌리 자본주의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2012년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후 북한에서는 장마당이라 불리는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 수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380~400개 정도에 이른다. 이런 수치는 위성 촬영 같은 각종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정보 당국은 장마당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의 수를 하루 100만~180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약 2500만 명인 전체 북한주민의 4~7%가 매일 장마당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장마당 이용객은 이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2014년 북한을 떠나 온 탈북자 146명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1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77%가 시장에서 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의류구매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52%가 '계절마다 한두 벌' 36%가 '1년에 한두 벌'이라고 답했고, 의류구매 장소로는 90%가 시장이라고 응답해 상당수 북한 주민이 생필품 구입을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장마당 이용은 이미 북한 주민의 삶에서 보편적인 현상이고 장마당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북한의 내수 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소비 주도층이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양강도 혜산시장의 경우 시장 이외의 지역과 노점까지 합하면 운영 중인 매대는 4000개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개인 투자 활성화로 새로운 장사 아이템-햄버거와 피자, 정육, 애완견, 손세차, 자전거 판매, 태양광(전략 수요의 증가에 따른 대체 에너지) 판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이다. 이들이 유통 시장, 부동산, 금융, 임대, 고용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과 돈주의 형성 및 발전은 사적 재산의 축적을 불러오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금융 거래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자영업자, 사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사기업은 형식적으로는 국영 기업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경영된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으로 이런 사기업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사금융은 개인은 물론이고 사기업들과 긴밀한 연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있다.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유층은 사적 재산을 토대로 국유 기업과 긴밀한 연계를 맺으며 북한의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국유 기업과 돈주의 민관 파트너십은 자본주의의 그것을 빼닮았다. 지난 4년간 김정은 정권의 상징적인 개혁 조치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사금융을 더욱 확장시켰고, 돈주들을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성장하게 했다.

돈주나 사금융은 체제 전환이나 경제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금융 개혁은 대부분의 체제 전환국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본격적으로 금융 개혁을 추진한다면 경제 개혁을 알리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신호가 될 것이다. 북한의 사금융 실태는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소비 분야에서 시작해 점차 생산과 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돈주나 사금융 확산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한 사금융의 다양한 양태는 북한 경제가 이미 상당 부분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다른 구사회주의 국가들이 경험했던 체제 전환의 초기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금융의 발생 원인이나, 시장의 확산 과정에서 자본이 투자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은 구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공통적 현상이다. 시장의 확산으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공간과 기술, 기회가 점차 증가함으로써 자본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 또한 점차 다양해지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구사회주의 국가들이 도입했던 금융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 20여 년이 넘었다. 시장화 초기에는 북한 경제의 실태를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으며, 정책 변화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계획경제의 변화 및 체제 전환을 가져온다는 입장과 북한 당국의 선별적 조치로 계획경제가 유지된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20여 년이 흐른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2002년 7.1 조치로 대표되는 경제 개혁과 더불어 북한의 계획경제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의도는 계획경제 정상화를 목표로 시장화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 전환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북한 경제의 시장화와 사유화가 사실상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화는 제도적 변화로서의 시장 경제화를 추동하여, 북한에서도 시장경제 체제에서 볼 수 있는 기업적-영리를 목적으로 생산, 판매, 서비스 같은 사업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의 자발적이고 방임적인 시장화를 거쳐 2000년대에는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비교적 조직적인 경제 활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내 사적 자본에 의한 기업적 현상의 사례는 북한 이탈주민의 증언 및 북한 내부소식을 전하는 전문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사적 사본을 가진 돈주의 등장, 국영 기업에 대한 사적 자본의 대부 투자, 국가 기관의 명의 대여, 불법 생산, 고용과 임노동 관계에 관한 실례가 들려온다. 이는 북한 내 새로운 경제활동 유형을 시사하며 북한의 사회변화 일면을 조명하고 있다.

단언컨대, 비즈니스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늘어나고 있는 개인 사업이나 개인 자본이 참가하는 사업에 투자를 모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국제 사회가 지혜를 모아 좀 더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관련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함께 고민해본다면 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김정은 정권 아래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향후 북한의 시장이 진화하는 방향을 가늠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북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경남대학교 박재규 총장님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은 시각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윤대규 부총장님, 이관세 석좌교수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6년 7월
임 을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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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 들어가며/ 6

[제1장] 서론: 북한 사금융 연구의 필요성과 유용성/ 13

[제2장] 사금융 개념과 북한에서의 적용/ 19
1. 북한 경제에서 금융 개념/ 20
2. 북한 금융의 의의 및 특성/ 25
3. 금융 체계 및 금융 기관/ 35
4. 북한의 금융법 개편/ 54
5. 사금융 개념과 북한에서의 적용/ 59

[제3장] 북한 사금융의 형성과 발전 양태/ 63
1. 사금융 활성화의 동기와 원인/ 64
2. 사금융 거래의 형태/ 130
3. 사금융의 주체: 돈주/ 144

[제4장] 사금융(돈주) 확산의 영향과 함의 및 전망/ 167
1. 사금융(돈주) 확산의 다양한 영향/ 168
2. 사금융 발전의 한계와 전망/ 201

[제5장] 사금융 확대에 따른 현대식 금융 관리 시스템의 구축 시도와 과제/ 215
1. 북한 당국의 금융제도 개선 시도/ 216
2. 현금 카드, 외화 카드, 전자 상거래의 등장과 함의/ 223
3. 시장화와 금융 개혁의 과제들/ 231

[제6장] 결론: 김정은 체제의 미래 전망/ 247

* 참고문헌/ 256
* 찾아보기/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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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자: 2016년 8월 8일
* 발행처 및 구입문의: 한울아카데미
* 가격: 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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