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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전산정보화실 공상호

일자: 2020-04-15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인적이 많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창문을 열면 공원이 보였고, 낮에는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와 바람 소리가 전부인 곳이었다. 날씨가 적당히 따뜻한 날엔 창문을 열고,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셔댔다. 그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보단 얼음 가득 차가운 물이 좋고, 겨울보다는 여름을 사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들뜬 마음에 유난을 떨었던 것 같다. 그랬던 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한다. 이제는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이 어색하지 않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아침커피는 역시 맥심이다. 나도 몰랐다. 1년의 짧은 시간, 나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지를. 예년과 다른 쌀쌀한 날씨,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하루도 이제는 익숙해져 갔다.

도통 여유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저녁이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 나에겐 퇴근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다. 청소, 설거지, 빨래를 하며 전투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순간, 잠시라도 느긋함과 게으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도 맥심과 함께 아침을 시작했다. 어제와 같은 양의 물을 담고 어제와 똑같이 시계방향으로 4바퀴 반을 휘저었다. 하지만 특별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느긋해 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계단은 한 칸씩 올라가고, 보폭은 좁혀 걷는다.

긴장감은 덜어내고 느긋함을 채우자. 하루의 마무리가 안도감이 아니라 내일에 대한 설렘이길 바란다. 어떤 시간을 보내든 모두의 봄은 공평하게 지나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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