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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가능성의 세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22기 정대훈

일자: 2019-07-15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연이라 생각할 수는 있다. 일련의 선택들을 거치며 당신은 한 조각의 글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인이 표현한 바 있듯,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 세계는 우연으로 보이는 과정이 결정지은 세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함축한 세계이다. 나와 당신의 세계를 잇는 접점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건 북한일 것이다. 나의 세계에 북한이라는 키워드가 의미를 가지게 된 계기를 돌이켜본다면,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한국이라는 존재가 북한을 통해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계기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신입생들이 모인 자리에 유독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탈북자였던 그 사람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호기심이 거리낌보다 동했던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섰다. 그의 삶을 궁금해 하던 나는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 간략하게나마 그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려왔는지. 두 번째, 그의 세계가 형성된 북한에 대한 이해 없이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뭔가 다른 것은 흥미롭지만 비슷하면서 다른 것은 더욱 흥미롭다. 학부 시절부터 나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는 어떠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동기이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였다. 나는 북한을 학습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많은 탈북자들을 만났다.

흥미를 넘어선 경험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열린 이산가족상봉행사 지원인력으로 금강산에 방문하게 된 나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아보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세계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았고 나는 그 사람들의 세계를 대면하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다른 세계를 보길 원한다. 그 세계는 경이로울 뿐 아니라 아름답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것은 가능성의 세계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 변덕으로 가득 찬 운명인 포르투나를 극복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 비르투를 의미했다. 세계의 구성요소인 한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어떠한 모습일까. 한편 가능성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삶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로 표현하며 그 역동성을 잘 묘사한 바 있다. 한 국가와 사회가 가지는 가능성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기에 나는 금강산을 떠나며 아쉬움의 감정을 느꼈다. 그곳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어떠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 어떠한 궤적을 그리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가능성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는 한 줄기의 빛마저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다시 만나는 것. 그것은 남북의 세계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세상은 다시 우리들의 세상이 되어 또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런 날이 현실화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날이 다가온다는 그 가능성 하나만큼은 나를 자극한다.





*이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견이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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