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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누구의 삶을 살고 있나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21.5기 오세준

일자: 2018-10-15

책을 좋아해 서점과 도서관에 자주 가곤 한다.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버릇처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확인하는데, 어떤 책이 잘 팔리나 살펴보다보면 나를 둘러싼 세상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열장 속 책은 해를 거듭하면서 다채롭게 변해왔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웰빙책이 베스트셀러 진열장을 꽉 채웠다가도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금세 부자가 되는 법, 부동산 투자 노하우 같은 돈과 관련된 서적들이 서가의 주를 이루었다. 얼마 전까지는 지식을 쌓고 내면을 다지자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인문·고전 책이 인기였는데 어느새 나답게 살자, 주변 신경 쓰지 말자, 하고 싶은 말은 하며 살자는 『개인주의자 선언』과 같은 책들이 대세가 되었다.

제목만 봐도 목차가 생각나고 내용이 쉽게 짐작 가는 진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진열장을 가득 메우게 된 현상을 가만히 돌이켜보았다. ‘눈치’ 문화로 대변되는, 개인이 주변의 평가나 통일된 의견에 안절부절 못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경직되었고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수십 년을 어떻게 참고 살아들 왔는지 새삼 놀랄 따름이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의 입소문과 평가가 개인의 사회적 위신을 좌지우지했던 농촌사회부터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행동해야 했던 산업화사회 그리고 누구나 통신망에 연결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정보화 사회까지 시대는 변했지만 오히려 남의 생각과 시선이 미치는 영향력은 그대로인 것 같다. 아니 더 커졌다고 해야 하나. ‘요즘 것’들로 지칭되는 젊은 세대에 속하는 나마저도 아침에 눈떠 저녁 잠자리에 눈을 감을 때까지 남의 생각과 시선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말이다. 나름 마음의 목소리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본 책에 네티즌이 매긴 별점과 서평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는 걸 보면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해왔던 일들이 진짜 나 자신이 원해서 실천했는지 의문이 간다. 책이 사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직접 읽어보고 생각하면 될 일인데...
 
얼마 전 트럼프가 즐겨 쓴다는 140자로 표현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라온 짧은 글을 보고 낮은 탄성을 내질렀다. 기계적으로 다른 이의 의견을 먼저 찾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다.
“좋아하던 라멘집이 인터넷 평이 나빠서 안 가게 됐다. 보고 싶다 생각한 영화를 평론가가 ‘시간낭비’라고 하 길래 안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먹은 라멘은 맛있었고 DVD로 본 영화는 재미있었다. 외부에 기준을 맞추면 자기 스스로의 행복조차 모르게 돼버린다”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누구의 삶을 살고 있을까. 바로 지금이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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