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소식지

현실과 그 속의 인간 보여주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이다용

일자: 2017-07-15


위화의 형제는 행복하지 않다. 형제 속에 나오는 형제도 행복하지 않고, 형제의 작품의 끝도 행복하지 않다. 허구적 세계인 소설의 성격을 통해 계몽적인 내용을 보여주기 보다는 독자의 가슴을 후벼 파며 감정의 끝을, 현실의 끝을 맛보게 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형제의 리얼리즘은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큰 전환의 과정 속에서 달라지는 중국을 보여주고자 특정한 인물을 이용한다.

문혁 이전의 마을은 짓궂지만 익살스럽고 따뜻하였다. 그러나 문혁 이후의 마을은 살벌하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개인이 잘못한 게 아니더라도 지주의 종자라는 이유로 무수한 매를 맞으며 비합리적인 처우를 받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 송범평이다. 사람이 갖출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모두 갖춘 송범평의 죽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문혁 이전의 따뜻한 중국을 나타낸다. 또 한 번의 큰 전환의 계기가 된 개혁개방의 모습도 작품 속에서는 이광두라는 특징적인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개혁개방이 없었더라면 그저 문제아로 남아있었을 이광두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대 성공을 거두고 이전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그에게 빌붙어 무엇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 아첨해대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 독식과 이익 최우선 추구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는 치열한 현실 보여주기의 끝에서도 독자들을 편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순수했던 임홍은 성을 상품화하는 최전선에서 뛰고 있으며, 문혁 이전의 시대에 어울리는 성실하고 순진한 송강은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도태된다.

독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임홍도, 송강도, 이광두도 모두 함께 화해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고 비열하게 돈만을 위해 인간의 가치를 희생시킨 이광두의 몰락을 그려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너무나 현실적이게도 임홍은 타락하고 송강은 자살하며 이광두는 여전히 더 큰 부를 누리는 배드엔딩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작가가 독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거나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서 적나라하게 현실을 까발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이러한 직접 드러내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 극복의 의지를 위한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또 작가는 어떻게 해야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개인들은 참혹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찾을 수밖에 없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찾아서 시작하지 않으면 곧 닥쳐올 절망적 현실을 예방할 수 없음을, 이미 시작된 타락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없음을.

이러한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들 속에서도 독자가 계속해서 그 현실을 마주볼 수 있는 것은 참혹한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버팀목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가족이기에 조건 없이 소중하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광두가 자기가 사랑한 여인을 뺏어간 형임에도 불구하고 송강이 죽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송강을 그리워하는 모습에서 그가 아무리 자본주의 세계에 찌들어서 성격, 특징이 변하더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독자들도 이광두를 따라 자연스레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이 살아갈 가혹한 현실 속에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고 안도하고 극복에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책 속에서 현실에서의 희망을 버리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이 암울하면 암울할수록 그것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가족이라는 버팀목에 기대어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개인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현실의 극복을 가능케 해 주는 강한 원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견이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합니다.
표지로 목록으로

QUICK MENU

연구진 및 직원검색

go

온라인소식지

IFES TV

회원제도안내

시설/대관안내

위로